“재학아버지 눈물 밴 책…아들 기억해주길”
전일빌딩245 미니북카페 개소식…광주시 도서관에 전시 예정강
기정 시장 “기증 부탁 받아주셔서 감사…어머님 뜻 따를 것”
1. 마음에 남은 눈물의 책, ‘소년이 온다’ 광주시에 기증
문재학 열사의 어머니 김길자 씨는 13일, 아들에 대한 그리움을 담은 책 소년이 온다를 광주시에 기증했다. 이 책은 문 열사의 아버지인 고 문건양 씨가 생전에 손수 읽던 책으로, 책을 읽던 중 눈물 자국이 번져 흔적이 남아 있는 귀한 책이다.
기증식은 광주광역시가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를 기념해 마련한 미니북카페 개소식에서 진행되었다. 이 카페는 전일빌딩245 1층에 마련되었으며, 시민들이 소년이 온다를 비롯해 국내외 유명 작가들의 작품 100여 권을 자유롭게 접할 수 있도록 운영된다. 이 공간은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개방된다.
소년이 온다는 한강 작가가 5·18민주화운동의 실화를 바탕으로 집필한 소설로, 주인공 ‘동호’의 모델이 된 인물이 바로 문재학 열사이다. 5·18 당시 광주상업고등학교(현재 광주동성고) 1학년이었던 문 열사는 시민수습대책위원회 위원으로서 부상자를 돌보고 유족을 안내하는 활동을 했다. 어머니 김 씨가 문 열사를 데려가려고 찾아왔으나, 문 열사는 “엄마, 친구가 죽었는데 나만 가면 안 된다”고 말하며 끝까지 도청을 지키겠다고 결심했다. 그로부터 얼마 뒤, 5월 27일 새벽 계엄군의 총격으로 그는 민주화를 위해 산화했다.
2. 세월이 깃든 눈물 자국과 아버지의 그리움
이날 기증한 책 소년이 온다는 문 열사의 부친 고 문건양 씨가 생전에 수십 권을 구매해 주변 지인들에게 나눠줬던 책 중 하나다. 문 씨는 책을 읽을 때마다 아들 문재학의 이름에 동그라미를 치고 빨간색으로 줄을 그으며 아들을 떠올렸으며, 책에는 아들에 대한 그리움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. 책을 읽던 중 흘린 눈물로 잉크가 번진 자국들은 그 시절의 아픔을 생생히 보여준다.
김 씨는 “아저씨(문건양 씨)가 ‘이 책을 읽어주겠다’며 눈물을 흘리면서 소설의 내용을 읊어주었지만, 저는 가슴이 뛰어서 끝까지 읽어볼 수가 없었다”고 회상했다. 결국 김 씨는 이 책을 집에 보관하기보다는 시민들이 함께 보는 것이 더 뜻깊을 것이라며 광주시에 기증하기로 결심하게 되었다.
광주시의 강기정 시장은 “책을 보면 아버님의 눈물방울이 떨어져 잉크가 번진 부분도 있고, 아들의 이름이 적힌 부분도 보인다”며 기증의 의미를 되새겼다. 강 시장은 방송을 통해 이 책이 남아 있다는 사실을 접하고 김 씨에게 조심스럽게 기증 요청을 했으며, 기증을 결정해 준 김 씨에게 감사의 뜻을 표했다. 또한 김 씨의 바람대로 많은 시민들이 문재학 열사와 5·18 민주화운동의 기억을 오래도록 간직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.
3. 영원한 소년, 문재학 열사의 이름을 기억하다
김길자 씨는 기증식에서 “문재학, 아들의 이름 석자를 기억해 달라”는 말을 전했다. 김 씨는 5·18 당시 아들이 끝까지 민주화운동을 지키겠다고 결심했던 그 순간을 잊지 않고 있으며, 이후 아들의 이름이 후대에 기억되도록 많은 노력을 해왔다.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에게는 아들 문재학 열사의 이야기를 작품에 담아 준 데 대한 고마움을 전하며, 많은 시민과 자녀, 후손들이 5·18민주화운동을 잊지 않도록 해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. 김 씨는 눈물에 목이 메어 “말을 못하겠다”며 어렵게 입을 뗐고, 5·18민주화운동이 대대로 기억되기를 간절히 소망했다.
문재학 열사는 5·18민주화운동에서 한 명의 시민으로서 민주주의를 위해 투쟁하며, 광주 시민들의 고통을 함께 짊어졌던 이들 중 한 명이었다. 열사의 활동과 희생은 그를 기억하는 많은 사람들의 마음속에 깊은 감동과 존경으로 남아 있다. 김 씨는 기증을 통해 아들의 기억이 더 많은 이들에게 전해지고, 후대에까지 이어지기를 바랐다.
광주시는 김길자 씨가 기증한 이 책의 사본을 공공도서관에 전시해 시민들이 자유롭게 볼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. 이 책은 민주화운동 당시 희생자와 유족들의 아픔을 그대로 간직한 채, 그날의 역사를 후세에 전해 줄 소중한 자료가 될 것이다.
소년이 온다에 남은 눈물의 흔적과 아버지의 필체는 많은 사람들에게 민주화운동의 의미를 되새기게 할 것이다. 문 열사에 대한 어머니의 간절한 바람처럼 이 책이 후세에 5·18의 정신을 이어가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기를 기대한다.